옥탑방의 겨울
옥탑방의 겨울은 그야말로 냉동고이다.
이건 표현도 그렇지만 체험을 해보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찬기운이 벽과 벽을 넘나들며
밖의 날씨를 알려 준다.
보일러를 끄고 외출을 다녀오면
추울 때는 집안에 얼음이 언다.
그래서 솔직히 냉동음식이 아니면
냉장고도 필요없을 정도다.
심지어 낮에는 실내가 실외보다 춥다.
이불 밖으로 얼굴을 쏙 내밀고
입김을 불어서 그날의 날씨를 확인한다.
입김이 보이면 많이 춥다는 의미다.
분명 입김이 보여서
추워서 밖에 나가봐야 추운 꼴만 당할 것 같아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우연히 밖에 나가면 오히려 따뜻함을 느끼고
망연자실한다.
이래서야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란 생각마저 든다.
겨울에 이런 심정이 더욱 억바친다.
심지어 해가 더 높은 건물에 막혀서
일조시간이 겨울이라 짧은데 더 짧아진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할 때면 우풍으로 몰아치는 추위에
감기에 들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물을 끼얹고
재빨리 물을 닦고 방으로 돌아온다.
그나마 열기가 남아 있는지라
잠시 추위를 잊고 활보한다.
차가운 방바닥은 그냥 걸었다가는
동상이 걸릴 것 같아 슬리퍼를 신는다.
다시 화장실에 가보면
증기는 벌써 추위에 물방울이 되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보통 변기 뒷쪽 샤시문에 습기가 많이 차는데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 하얗게 얼어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
어차피 열 수도 없다.
열었다가는 엄청난 한기가 순식간에
화장실을 얼려 버릴지 모르기 떄문이다.
우풍이 심한 곳일수록 곰팡이가 쉽게 생긴다.
습기가 차가운 곳에서 응결하여
벽지를 적시고
그곳은 곰팡이의 서식지가 된다.
미리 곰팡이 억제제를 뿌려도
옥탑방 곰팡이는 좀 센지 소용이 없다.
사실 우풍이 심한 원룸에서 산 적이 있는데
그곳은 이 옥탑방보다 더 심했다.
벽지에서 물이 스물스물 올라오길래
장판을 들어보니 벌써 물은 한강을
이루고 있었고 얼마되지 않아
곰팡이는 순식간에 벽의 절반을 점령했다.
부실공사라서 벽과 바닥을 잇는 부분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비어 있었다.
실리콘으로 대충 막음질을 해보았지만
외관만 그럴듯하게 보이고
우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따뜻하게 겨울을 나고자 하는 마음에
보일러 온도를 높였다가는 통장잔고가 순식간에
순싹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누누이 마음에 새기며
넉넉한 통장잔고를 꿈꾸며
이불 깊숙히 몸을 숨긴다.